아이가 18개월 무렵, 유독 자동차 장난감의 바퀴만 뚫어져라 쳐다보거나 회전하는 사물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일 때면 부모의 마음은 철렁 내려앉습니다. 밤마다 인터넷 검색창에 '아기 바퀴 집착', '자폐 스펙트럼 증상' 등을 검색하며 눈물지었던 경험, 아마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것입니다.
저 역시 한때 그 누구보다 심한 '걱정인형' 엄마였습니다. 말도 늦게 트이는 것 같은데 기계와 숫자에만 무섭게 몰두하던 저희 아이의 과거 에피소드와, 그 시기를 어떻게 지나왔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경험담을 나누고자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불안해하고 계실 양육자님들께 작은 위로와 희망이 되기를 바랍니다.

세탁기, 시계, 바퀴… 빙글빙글 도는 것에 갇혀있던 나날들
당시 저희 아이의 하루는 '기계'와 '회전'으로 시작해 끝이 났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세탁기가 있는 다용도실로 달려갔습니다. 백화점이나 마트에 가면 가전제품 코너에서 눈을 떼지 못했고, 그 자리를 억지로 뜨려고 하면 바닥에 드러누워 대성통곡을 하며 뒤집어지기 일쑤였습니다.
어디를 가든 벽에 걸린 시계를 보면 계속 안아 올려서 보여달라고 떼를 썼고, 시계 장난감이 손에 쥐어지면 하염없이 바늘을 돌렸습니다. 심지어 자동차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도 부릉부릉 굴리기보다는 뒤집어놓고 바퀴가 돌아가는 모습만 관찰했습니다. 아이 스스로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도는 행동도 자주 보였습니다. 문화센터에 가도 수업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고 교실 구석의 공기청정기나 시계만 쳐다보고 있으니, 제 속은 그야말로 새까맣게 타들어 갔습니다.
'혹시 자폐일까?' 무너져 내리던 마음과 숫자에 대한 집착
말이라도 유창하게 했다면 덜 불안했을 텐데, 당시 아이는 말도 트이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매일 밤 아동 발달 장애나 자폐 스펙트럼 관련 영상을 찾아보며 혼자 울며 자책하던 날도 많았습니다.
특히 아이는 '숫자'에 대한 집착이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길을 걷다가도 아파트 가로등에 적힌 번호를 가리키며 계속 알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이 무서운 집착을 가만히 관찰하다 보니, 아이의 놀라운 능력을 하나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말을 못 하는 와중에도 주방 식기세척기 패널에 뜨는 숫자를 가만히 보고 있다가, 거실에 붙어있는 숫자 포스터로 달려가 똑같은 숫자를 찾아 매칭하는 행동을 보였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해도 두 자리 숫자를 속으로 완벽하게 읽고 인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억지로 막지 않고 시선을 돌려준 '기다림'의 케어법
아동 발달 전문가들은 아이가 특정 사물에 집착할 때 무작정 빼앗거나 화를 내며 통제하는 것은 정서적으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저 역시 아이의 행동을 억지로 혼내며 막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아이가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기계에 몰두하는 시간을 줄여주기 위해 환경을 조금 바꾸었습니다. 아이가 깨어있는 시간 동안에는 가급적 세탁기나 식기세척기를 돌리지 않아 시각적, 청각적 자극을 최소화했습니다. 아이가 시계나 가전에 너무 깊이 빠져들려고 할 때면, 자연스럽게 바깥 놀이를 유도하거나 다른 흥미로운 장난감을 제시하며 부드럽게 시선을 돌려주려 노력했습니다.
결론: 결국은 지나가는 일시적인 발달 과정입니다
시간이 흘러 말이 트이고 다양한 세상과 소통하게 된 지금, 그토록 심했던 기계와 숫자에 대한 집착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습니다. 물론 지금도 자동차 장난감을 좋아하고 가끔 바퀴를 유심히 보기도 하지만, 예전처럼 그것에만 몰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엄마에게 "고기 구워주세요", "동생이 울어요"라며 다양한 상황을 설정해 역할놀이를 즐기는 평범하고 건강한 아이로 자라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시기의 집착은 발달 지연이나 장애가 아니라, 말이 트이기 전 아이가 세상을 이해하고 관찰하는 아이만의 독특하고 뛰어난 '비언어적 인지 과정'이었습니다.
지금 아이가 특정 사물에 유별난 집착을 보인다고 해서 너무 깊은 절망이나 걱정에 빠지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이의 시선을 존중하되 부드럽게 세상을 향해 넓혀주며 기다려주신다면, 아이는 부모의 믿음 안에서 반드시 다음 발달 단계로 건강하게 나아갈 것입니다.